일상

교복에 밴 분필 냄새와 복도 바닥 왁스 냄새

컷뉴스 2025. 8. 2.

복도

 

 

교복에 배어 있던 그 냄새,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매일같이 입고 다녔던 교복에는 다양한 냄새가 스며 있었다. 친구들과 부딪히며 웃던 쉬는 시간의 공기, 칠판 앞에 서서 발표하던 순간의 긴장, 등굣길에 땀에 젖은 셔츠 위로 느껴지던 먼지 냄새.

특히 분필 냄새는 교복의 구김 사이에 숨어 있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나면 그 잔향이 교실 안에 떠돌았고, 언제부턴가 우리의 옷에도, 머리에도, 손등에도 남아 있었다.

그건 단지 분필의 향이 아니라 학창시절이라는 계절의 냄새였다.

복도 바닥 왁스 냄새가 주는 이상한 안정감

아침마다 학교에 들어서면 복도 바닥에서 희미하게 올라오는 왁스 냄새가 있었다. 밤새 누군가가 조용히 바닥을 닦고 간 흔적이었다.

그 냄새는 깨끗함의 상징이자, 하루가 새롭게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특히 햇살이 복도 창문을 뚫고 들어와 바닥을 반짝이게 할 때, 왁스 냄새는 그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왁스 향이 풍길수록 학교는 더 ‘학교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정돈된 느낌, 조금은 답답했지만 안정적인 울타리 속에 있는 기분.

체육 끝나고 앉아 있던 교실 바닥의 냄새

체육 시간이 끝나고 땀이 마르기도 전에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바닥에서 올라오던 냄새는 분필, 왁스, 운동장 흙냄새가 섞인 오묘한 향이었다.

옷은 눅눅했고, 손에는 운동장의 흙이 묻어 있었고, 온몸은 피곤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에 섞여든 교실 냄새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향이었다.

지금은 그런 냄새를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향이 남아 있다. 단지 ‘학교 냄새’라고 말하기엔 그 안에 너무 많은 기억이 들어 있다.

교복이 말해주는 하루의 분위기

교복은 냄새를 참 잘 품었다. 비 오는 날은 눅눅한 옷깃에서 곰팡이 냄새가 섞였고, 시험이 있는 날엔 샤프심 냄새와 손바닥 땀냄새가 가득했다.

그 냄새들은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 자체를 보여주는 단서였다. 수학 시험이 있었던 날엔 교복 안주머니에 쑤셔 넣은 요점 정리 종이 냄새가, 졸업식 날엔 꽃다발 포장지와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교복을 벗고 난 지금, 그 냄새들은 모두 감정의 기록이 되어 내 안에 남아 있다.

그 냄새를 다시 맡으면 나는 10대가 된다

누군가 분필 냄새 나는 공간에 들어서거나, 왁스를 새로 칠한 바닥 위를 걸어가면 갑자기 기억이 꺼내진다.

바로 그 순간, 나는 10대의 내가 된다. 두근대며 책상을 열던 손, 쉬는 시간마다 복도를 달리던 발, 그리고 괜히 웃음이 터지던 그 시절의 공기까지 모두 함께 되살아난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나는 과거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감정을 ‘재생’하는 것이다. 그게 향기의 가장 놀라운 힘이다.

이제는 없는 냄새,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향기

지금 학교는 그때와 많이 다르다. 칠판은 전자 보드로 바뀌었고, 분필은 사라졌고, 왁스 냄새 대신 소독약 냄새가 난다.

하지만 내 기억 속 교실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 빛 바랜 교복과 분필 더미, 복도 바닥과 창밖 소리,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향기.

그 향기는 이제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비슷한 향기를 다시 맡는 날이 온다면, 나는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웃을 것이다.


맺으며 – 냄새는 시간보다 오래 남는다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코끝에 남는 향기가 아니라 마음에 스며드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교복에 밴 분필 냄새, 복도에 흐르던 왁스 냄새는 단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내 삶의 한 페이지다.

다시 맡을 수는 없어도, 다시 느낄 수는 있는 냄새. 그 향기는 내 인생의 한 구절로 지금도 조용히 나를 품고 있다.

냄새는 잊은 줄 알았던 장면까지 데려온다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사실은 냄새 하나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걸 종종 잊고 산다. 어느 날 문득 낡은 학교 건물 안을 지나가다 왁스 냄새가 퍼질 때면, 나는 여전히 그 복도를 걷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장면은 뿌연 꿈처럼 펼쳐지다가 갑자기 선명해진다. 복도를 뛰어가다 미끄러졌던 순간, 친구와 함께 벽에 기대어 웃던 오후, 종이컵에 붓으로 색칠하며 꾸미던 게시판.

그 모든 장면이 냄새를 타고 되살아난다. 내가 잊은 줄 알았던 추억이 사실은 ‘향기 속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떤 냄새로 학창시절을 기억할까

요즘 아이들에게는 분필 냄새가 없다. 왁스 대신 소독약 냄새, 교복 대신 향균 스프레이 냄새가 기억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교실 냄새를 떠올릴 것이다. 그 냄새에 담긴 마음, 하루의 감정, 함께 웃던 사람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향기의 종류는 바뀌어도 그 향기가 불러오는 감정의 구조는 언제나 비슷하다는 걸 안다.

냄새는 세대마다 다르지만, 그리움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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