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리된다더니, 진짜 그렇더라

컷뉴스 2025. 8. 2.

일기

처음엔 그저 써보자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복잡할 땐 일기를 써봐.” 지인들이 한두 번쯤은 했을 법한 조언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감정이 너무 복잡했던 하루가 있었다. 마음이 뒤엉켜 잠도 오지 않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애매한 이야기. 그래서 결국 펜을 들고, 낡은 노트를 꺼내 한 줄 써내려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한 줄이었고, 다음엔 한 페이지, 그 다음엔 매일 쓰게 되었다.

쓰는 동안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일기를 쓰는 동안 나는 머릿속에 부유하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책상 정리를 하듯, 어지럽던 마음속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

화가 난 일도, 서운했던 말도, 이유 없는 불안도 쓰다 보면 점점 모양이 보였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어디서부터 얽히기 시작했는지.

그걸 ‘이해’하게 되는 순간, 감정은 나를 덜 지배했다. 그게 일기의 첫 번째 힘이었다.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기술’.

일기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유일한 글쓰기다

우리는 대부분의 글을 ‘누군가’를 위해 쓴다. SNS는 누가 볼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고, 메신저는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기는 다르다.

일기는 **나만을 위한 글쓰기**다. 틀려도 되고, 서툴러도 되고, 감정이 폭발해도 괜찮다. 문장이 이상해도, 감정이 오글거려도, 그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 해방감은 단순한 글쓰기의 자유가 아니다.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연습이 된다.

그래서일까. 일기를 쓰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쓴다는 건 결국 ‘기억을 돌보는 일’이다

살면서 많은 순간을 지나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각보다 쉽게 흘러가 버린다.

그때 일기는 그 순간을 ‘붙잡아두는 작업’이다. 짧은 문장 하나가 그날의 분위기, 감정, 공기까지 기억하게 해준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 보면 그때의 내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어떤 말투를 썼는지까지 생생하다.

나는 잊었지만, 내 글은 기억하고 있었다.

매일 쓰지 않아도, 자주 찾게 된다

일기를 꼭 매일 쓸 필요는 없다. 어떤 날은 한 줄로 끝나고, 어떤 날은 아무 말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자연스럽게 일기장을 찾게 된다. 그건 내가 글을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감정 때문이다.

일기는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는 도구가 된다.

‘그때 썼던 일기’를 다시 읽는 날의 위로

지금보다 더 미성숙하고, 더 불안했고, 더 흔들렸던 시절의 일기를 어느 날 우연히 다시 읽게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때의 나도 꽤나 애썼구나.’ ‘지금보다 훨씬 솔직했구나.’ 그리고 ‘결국 잘 지나왔구나.’

그 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쓰는 순간보다 나중에 읽을 때 더 큰 위로가 된다.

글을 쓸 때 마음은 ‘형태’를 가진다

감정은 흐릿하고, 생각은 불규칙하다. 하지만 글로 쓰는 순간 그 모든 것이 형태를 갖는다.

‘나는 외롭다’고 쓰는 순간, 외로움은 막연한 불안이 아닌 구체적인 감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나는 막연했던 고통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게 글쓰기의 힘이고, 그 힘은 일기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맺으며 – 일기 쓰기는 나를 이해하는 작은 시간

일기를 쓴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쓰다 보면 보인다. 반복되는 감정, 자주 등장하는 단어, 내가 자꾸 피하는 주제.

그리고 그걸 마주하는 순간,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리된다더니, 진짜 그렇더라. 그 말, 이제는 온몸으로 동의한다.

내 마음은 나만이 가장 잘 이해한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대화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내 속마음은 나조차 잘 모를 때가 많다. 감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일기를 쓰면 놀랍도록 내 마음의 결이 보인다.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 무엇이 그렇게 아팠는지, 무엇을 기대했는지… 글로 쓰는 순간, 마음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는 일기장을 펼칠 때 누구보다 솔직한 나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된다. “아, 내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그 말이 그렇게 서운했던 거구나.”

내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늦게 이해하지만,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도 결국 나다.

비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자유

일기장에는 말하지 못한 비밀들이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감정, 내 안에서만 머물던 생각, 혹은 너무 작고 사소해서 남이 듣기엔 웃을 이야기.

그걸 적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는다. 비밀은 쌓일수록 무거워지고, 표현되지 않으면 내면을 압박하지만, 글로 꺼내면 그 무게가 분산된다.

일기장은 나만의 비밀 공간이자 감정의 피난처다. 그 안에서는 어떤 것도 괜찮다. 어떤 감정도, 어떤 생각도, 심지어는 모순조차도 받아들여진다.

일기를 쓴다는 건, 나를 지켜주는 하나의 습관

누군가는 매일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매일 명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일기를 쓴다.

그건 감정을 비우기 위한 의식이자 하루의 흔들림을 정돈하는 정리 행위다. 좋은 날에도 쓰고, 슬픈 날에도 쓰고, 별일 없는 날에도 그냥 써 본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기록은 어느 날 나를 무너뜨리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건 ‘나’를 복원하는 습관이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인사다.

시간이 흐른 후, 일기는 나에게 말한다

몇 년 전 일기장을 우연히 꺼낸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고, 모든 게 걱정이었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았다.

하지만 글 속의 나는 그 모든 걸 매일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나는 그 시절을 외면하지 않았고, 충분히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하려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가 힘들 때, 그 글은 나에게 속삭인다. “그때도 잘 버텼잖아.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


다시, 오늘의 나에게 쓰는 한 줄

오늘 하루도 바쁘고 지쳤지만 일기장 한쪽에 조용히 한 줄을 적는다.

“오늘도 잘 견뎠어. 수고했어.”

그 한 줄이 마음을 덜 복잡하게 만들고, 생각을 덜 무겁게 해준다.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리된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그 정리는 단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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