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렇게 화났는지 모르겠다

컷뉴스 2025. 8. 1.

화내다

 

 

그때는 정말 화가 났었다

그 당시에는 이유가 분명했다.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고, 약속을 어겼으며, 나를 무시한 것 같았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감정이 터졌고, 말이 거칠어졌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의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다. 이건 정당한 분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돌아보면, 그때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잘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은 정당했지만, 표현은 날카로웠다

그때 느낀 감정이 잘못된 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이 서운했을 수도 있고, 내 기준에선 분명히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감정보다 표현이 문제였다.

화를 내는 순간, 감정은 전달되지 않는다. 대신 분위기만 상하고, 말보다 말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보다, 내가 얼마나 불쾌해 보였는지만 남는다.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 나는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상처만 주고받았고, 관계는 어색해졌다.

사실은 서운했던 거였다

돌이켜 보면, ‘화’라는 감정은 대부분 서운함에서 비롯됐다. 기대가 있었고, 믿음이 있었고, 그게 어긋났을 때 그 실망이 ‘분노’라는 옷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그때는 그걸 정확히 알지 못했다. ‘서운하다’고 말하면 약해 보일까 봐, 속 좁아 보일까 봐 말 대신 화를 냈다. 그건 결국 방어였다. 내 마음이 상처받았다는 걸 드러내는 대신, 공격적인 태도로 위장을 한 것이다.

이제는 안다. 진짜 감정은 대부분 슬픔, 외로움, 실망이다. 화를 내는 건 그 감정들이 너무 벅차서 나오는 표현 중 하나일 뿐이다.

화낸 후, 남는 건 늘 후회였다

화를 낸 다음 날은 늘 마음이 불편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았고, 괜히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머릿속에서 대사를 되풀이했다.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 걸.’ ‘조금만 참을 걸.’ ‘그냥 솔직하게 말할 걸.’

하지만 후회는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 상대가 먼저 사과하길 기다렸지만, 나도 미안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의 고리는 그날 바로 풀 수 있었던 일이었다. 단지, 내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몰랐을 뿐이다.

화를 덜 내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덜 화를 내게 되었다. 그건 인내심이 늘어서가 아니라, 감정의 정체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예전 같았으면 화났을 말투로 말해도, 이제는 그 사람의 상황이 먼저 떠오른다. ‘저 사람도 피곤했겠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 말해도 어차피 안 들릴 테니 기다리자.’

이건 타협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감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렇게 화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때론 말하지 않고, 때론 글로 적어 두고, 때론 혼자 조용히 정리한다.

화가 났던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가끔은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 그 감정이 왜 그렇게 격했는지, 그 행동이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지금은 그때의 나를 나무라기보다, 그냥 이해해주고 싶다.

그만큼 감정에 서툴렀고, 인정받고 싶었고, 상처받는 게 두려웠던 거라고. 화를 낸 그 순간은, 어쩌면 그 나이대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고.

지금은 감정을 미리 예측하고, 그 감정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나도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맺으며 – 화 대신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

이제는 화가 날 때, 그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려 한다. 정말로 분노일까, 아니면 실망일까. 실망이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했을까. 기대는 왜 생겼을까. 그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분노는 점점 사라지고 마음의 중심에 있는 감정이 드러난다.

그 중심에는 늘 ‘이해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지금의 내가 조금은 나아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흘러야 하고, 흘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다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을 억누르는 건 쉽지 않다. 무시하려고 해도 속은 끓고, 참으려 해도 결국 표정에 드러난다. 과거의 나는 감정을 '표현'과 '폭발' 사이에서만 생각했다. 그래서 ‘참으면 병이 되고, 풀면 싸움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제는 안다. 감정은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해야 한다는 걸. 화를 억누르기보다, 스스로에게 묻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걸.

예를 들어 이렇게 묻는다. “지금 내가 화난 건 어떤 부분 때문이지?” “그 사람의 말? 상황? 아니면 나 자신의 반응?”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놀랍게도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다.

화는 감정의 '표면'이고, 그 아래엔 다양한 서사와 감정의 층이 있다. 그걸 찬찬히 들여다보는 연습은 내 삶을 훨씬 평화롭게 만들었다.

이제는 ‘화낼 필요가 없는 관계’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감정의 합이 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자꾸 불편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나를 자꾸만 설명하게 만든다.

과거의 나는 그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려 애썼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관계를 끊는 건 나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화가 자주 나는 관계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을. 내 감정이 자꾸 날카로워진다면, 그건 단지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내 감정의 리듬과 맞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싸우지 않는 관계’보다 ‘애써 화낼 필요조차 없는 사람’을 곁에 둔다. 그건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라, 감정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예전의 나에게 보내는 조용한 편지

지금 나는 그 시절 화내던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마음,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위한 방어였을 거야.’

그 마음을 이제는 이해해준다. 그렇게 한 번씩 터져 나오는 감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생긴 것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품을 수 있다면, 다시는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도,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일 일도 없을 것이다.

화를 줄인 게 아니라, 감정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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